고등학교 지리교사/4월

[독서]어른이 되는 것에 대하여

geoteacher 2025. 4. 23. 11:07
철학의 쓸모 - FIKA,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철이 없고,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한다. 그러던 차에 '어른이 된다는 것'을 나름대로 철학적으로 정의한 부분을 접했다.

 

특히, 유아기에서 '주관적 전능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는 표현과 '애착 인형'이 일종의 중간 대상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유아기, 0~4세에는 쾌락원리(언제든 먹을 수 있는 어머니의 젖)에서 현실원리(어머니는 자신과 분리된 존재라는 인식)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겪는다. 이를 통해 아동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으며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연습한다. 이 시련을 겪을 때, 자신을 지켜줄 아군인 '중간대상'을 만드는데, 애착인형이 그러하다. 이를 통해 엄마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을 달래고 현실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위로받는다.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현실을, 다시 말해 좌절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상실감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다 해주고, 도와주는 것은 오히려 온실 속 화초같이 유약한 자아를 만드는데 기여할 뿐이다.

 

오은영 박사가 했던 많은 말 중에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이 기억난다.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마인드셋을 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안 되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안되는 것'이다. 구구절절 이유를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 대화와 타협, 설득 등을 통해서 안 되는 것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들어가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말자. 나 스스로에게도 되뇌어본다. '안 되는 것은, 안되는거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도 홀로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신할 수 있으며, 자신의 불평이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세상의 무관심에 상처받지 않는 능력이다. 즉, 스스로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자기만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사실 학생들은 무엇이 안 되는지, 무엇이 무례한 것인지 알고 있다. 단지 충동적인, 과시적인 청소년기의 특성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런 친구들과 상담을 할 때,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 이제 곧 어른이 될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가 일종의 '중간 지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리적으로는 '점이지대'로서 학교가 기능하면 어떨까.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던 유년기를 지나, 이제는 정해진 틀(규칙과 규범)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실천해가면서 어른이 되길 바란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좌절을 받아들일 줄 알고, 다른 누군과와 함께 하면서도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이것을 배우려면, 말 그대로 '상실감'을 경험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훈련시켜야 하는 것 같다. 행동주의 교육이 비인간적이고 고전적인 교육방법이라고들 말하지만, 사실 인출-반응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이 탑재되고 나서야 인문주의든 구성주의든 교육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