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지리교사/6월

[독서] 경험의 멸종, 6장. 기술로 매개된 쾌락

geoteacher 2025. 6. 26. 13:39
우리는 포토샵으로 수정하고, 필터를 적용하고, 육체적·정신적 결점을 제거해서 남에게 보이고자 하는 모습대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대신 여기에는 희생이 따른다. 매치닷컴에는 희미해진 향수 냄새가 없고, 틴더의 알고리즘에는 연인의 피부가 주는 느낌이 없다.

 

삶의 많은 쾌락이 그렇듯이, 이제 여행도 여행 경험을 계획·기록 ·기억하는 기술을 통해 매개되는 경우가 많다.

 

매개는 쾌락을 균질화한다. 이는 쾌락을 순응적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쾌락과 경험을 공개하는 플랫폼들은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 경험에서 불쾌한 부분을 제거할 것을 장려한다.

 

쾌락은 대중 오락의 한 형태가 되었다. 또한 쾌락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 목적은 우리의 데이터를 가장 높은 값을 부르는 곳에 판매하는 플랫폼과 '공유'하는 것이다.

 

매개된 쾌락을 수용하다 보면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경험에 거부감을 느끼고 불신하며, 다른 사람이 추천하거나 평가하거나 순위를 매기지 않은 대상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나의 기호를 대리로, 가상으로 지지받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

"강렬한 인공적 경험과 감각 그리고 쾌락의 부자연스러운 폭발은 부자연스럽게 강한 습관화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인위적인 강렬함의 홍수에 익숙해지면, 그보다 강렬하지는 않아도 중요성만은 결코 덜하지 않은 일상적인 경험의 순간, 즉 '순식간에 지나가는 쾌락의 속삭임'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쾌락은 시각뿐 아니라 청각, 미각, 후각과도 연결되어야 더 강렬해진다. 매개된 쾌락은 쾌락의 한계효용에 영향을 미치고, 작고 소중한 쾌락의 순간들로부터 무감각해지게 만든다.

 

관광은 여행과는 다르다.

문학교수 일란 스타반스, 아비투스의 편집자 조슈아 엘리슨

"여행은 예상치 못한 것, 방향 감각을 상실한 혼미한 상태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고 관광은 안전하고 통제된 것, 미리 정해진 것이다."

 

관광객은 예측 가능성과 편리함을 원한다. 여행자는 불안이 음악의 꾸밈음처럼 여행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여행의 핵심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여행작가 폴 서로 [여행자의 책]

"최고의 여행에는 단절이 필수다. 사람들이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것은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모험 여행가 데블라 머피

"당신이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즐거움은 당신 주변의 가시적인 세계에서 얻어야 한다."

 

저널리스트 폴 살로펙 '아웃 오브 에덴' 프로젝트

걷기의 가치 "생물학적으로 설계된 우리의 이동 속도인 시속 5킬로미터로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넋이 빠질 정도로 매혹적이다."

"인류의 기원에 뿌리를 둔 것이 분명한 명상적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지도 제작자 루시 펠로우즈

"모든 지도는 사람들이 지도 제작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바라보게끔 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장소들을 우리 눈이 아니라 화면 속의 축소된 이미지로 보는 데 익숙해지면 우리는 우리 앞의 새로운 경험 대신 일상적인 세계와 그 기기에 매어 있게 된다. 그런 이미지를 끊임없이 소비하다 보면 일종의 시각적 피로, '현실에 대한 실망'이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를 통해 익숙해진 명소를 실제로 마주했을 때 이런 권태감을 느낀다. 눈앞의 현실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어쩐지 덜 인상적이고 덜 '진짜'같다는 불안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 경험을 기록하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 중 하나다.

올더스 헉슬리 "좋은 예술은 일종의 초진실을 가지고 있다." 좋은 예술가는 "감성과 소통의 힘, 사건과 그 사건을 겪는 대다수 사람ㅇ 갖고 있지 않은 능력, 즉 '아이디어, 감정,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기술은 기억을 증강시키지 않는다. 사실 기억을 둔화시킨다. 한 연구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초라영한 관람객들은 그렇지 않은 관람객들보다 작품에 대한 기억이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 린다 헨켈 "사진 손상 효과(photo impairment effect)"라고 하며, 카메라의 눈은 마음의 눈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전형적인 것은 비판없이 즐기지만, 새로운 것에는 혐오감을 느끼며 비판한다.

매개된 경험이 촉진하는 또 다른 경향, 즉 인내심 부족으로 이어진다. 오락을 편리하게 즐기게 될수록 어렵거나 불편한 문화적 표현에 마주하려는 결의는 약해진다

 

예술, 섹스, 음식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즐거움도 점점 더 기술로 매개되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한 게임 매개는 게임의 대면 상호작용 기능을 약화시킨다.

 

즐거운 체험을 매개하는 이런 새로운 방식들은 체험 자체를 변화시킨다. 특히 사용자를 일상의 기술적 세계에서 해방시키기보다는 묶어놓음으로써 말이다. 이때 무언가를 잃게 되어도 우리는 이를 쉽게 측정할 수도, 항상 바로 눈치챌 수도 없다. 남에게 보여주려고만 하다보면 취미에 따르는 색다른 경험은 사라질 수 있다.

 

오늘날 모든 경험을 디지털로 기록하려는 충동은 기술로 매개되지 않은 현재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없애버렸다.

 

정말 모든 경험을 기술로 매개해야 하는 것일까?

 

거의 모든 것을 데이터로 모사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쾌락에 대한 정보가 실제로 경험하는 쾌락과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이해는 "우리 존재에 대한 매 순간 새로워지는 신비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