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새로운 학교, 새로운 환경!
교사의 새해는 3월부터지!
다른 사람들에게 새해는 1월부터 시작이지만... 유난히 교사에게는 3월이 새로운 시기의 시작이다.
보통 2월 초에 학교 발령이 나고, 2월 중순에 발령받은 학교에서 교육과정 함께만들기 등을 통해 낯선 첫인사를 한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임계고등학교를 떠나, 올해부터 새로운 학교인 강릉고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학교, 새로운 환경에서 앞으로 만나게 될 소중한 교육적 순간들을 잘 기록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용감하게 블로그를 시작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뭔가 인터페이스에 자유도가 높아서 그런지 어려워서...ㅠ 새로운 마음으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처음 시작해보게 되었다.)
그동안의 교직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만나게 될 설레는 순간들을 잘 기록해나가자.
2014년, 처음 속초여자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으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여고에 발령받았을 때, 친한 여자 동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여고 발령 축하해. 한 마디만 할게... 너 같은 아이도 누군가에게 첫사랑이 될 수 있어. 그러니 행실을 잘 해야해. 알겠지?"
이 말 덕분에, 사건사고(?) 없이 여고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첫 해에는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서툴어서 서로 많이 상처주고 상처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덕분에 상담 관련 책, 학급 운영 관련 책, 심리 관련 책들을 정말 많이 읽었다. 덕분에 그 이후에 펼쳐진 교직 생활들이 나에게 참 재미있었다.
2015년, 1학년 아이들을 끌고 올라가 2학년 담임이 되었다. 좋은 반장을 뽑는다는 것이 얼마나 학급에 큰 도움이 되는지 배우게 된 해였다. 아이들과 케미도 너무 좋았고, 학급자치라는 것이 갖는 힘을 알게 되었다.
2016년, 2학년 아이들을 끌고 가 3학년 담임이 되었다. 처음 맡는 고3담임이라 많이 서툴었지만, 교무실에 계신 3학년 부장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돌이켜보면 참 귀여움을 많이 받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좋은 반장과 함께 학급 운영을 했고, 꼴찌반을 맡았음에도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수시가 대세였던 당시, 그 어렵다는 정시(수능)로 중앙대, 홍익대, 공주대 등 좋은 대학들을 뚫어냈다. 반장이 찍은 마지막 야간자율학습 영상은 아직도 나에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추억이 되었다.
2017년, 큰 학교에서 연예인 놀이(?)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촌락지역인 정선의 정보공업고등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이전에 3년을 끌고 온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나니,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특성화고에서 토목반 1학년 담임을 맡았다. 학급의 90%가 흡연자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거친 남자 아이들에게 '여고에서 익히고 배운 상담과 교육 스킬들이 통할까?'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놀랍게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거친 남자 아이들도, 결국 아이들이다. 따뜻한 진심과 좋은 관계 속에서 아이들을 잘 진급시켰다.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진심은 통한다'라는 말을 새길 수 있는 경험이었다.
2018년, 과목조절로 인해 정보공업고등학교에서 임계고등학교로 옮겼다. 임계고등학교에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고, 1년간 수능 관련 공부를 소홀히 했기에 비담임을 희망했는데 받아주셨다. (이 얼마나 민주적인 환경인가...) 그래서 일도 많이 배우고, 교무부장님을 최대한 많이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숨요일 연구학교 등 나름 중요한 역할들을 잘 수행했고,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2019년, 임계고에 신규 교사들이 발령이 나면서, 처음으로 부장을 맡게 되었다. 명칭은 기숙사 부장. 작은 학교였기에 실은 기숙사, 연구부, 3학년 부장의 업무를 수행했다. 좋은 계원 선생님이 고3 담임을 맡았고, 부장회의 등에 참여하며 '학교가 이렇게 굴러가는구나'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2020년, 임계고에서 기숙사 부장을 연임했다. 기숙사 문화를 만들고, 주말자습 등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 덕분에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고,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영상 편집, 거꾸로 수업 등에 대해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다.
2021년, 파견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모교인 한국교원대학교 지리교육과에 석사를 갔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어려운 지점들도 많았지만 좋은 교수님들과 좋은 동료들 덕분에 유익한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교사와 교수는 같은 교육자이지만, 교사는 '만들어진 지식의 정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고 교수는 지식의 정수들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공부를 더 해야겠어'라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입학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고, 특정 주제에 대해 깊게 탐구하는 방법론적인 측면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2022년, 파견 대학원 2년차였다. 교수님과 이것저것 함께 하며 많은 유대가 생겼다. 졸업 논문 준비와 결혼 준비 등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교수님이 많이 배려해주셨다. 덕분에 학회에서 발표도 해보고, 졸업 논문도 잘 써서 졸업할 수 있었다.
2023년, 임계고로 복직하게 되었다. 교육과정 부장을 맡아 '고교학점제'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업무가 많아 모든 업무들을 꼼꼼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좋은 동료들을 만나 매일 밤마다 야근하며 '우리 학교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다. 작은 학교에서 일당백하는 적극적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다. 또한 학생들의 수능최저등급을 맞추기 위해 야간수업을 빡세게 했고,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어서 뿌듯했다.
2024년, 임계고에서 교육과정 부장 2년차를 맡았다. 익숙한 일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었고, 학생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의미있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단연 전교생 해외 수학여행일 것이다. 대만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3박 4일은 '와 이게 되네'같은 생각을 남겨주었다.
2025년, 강릉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남학생들로만 이루어진 고등학교에 드디어 가보는구나하는 설렘도 있었고, 모교라고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사실 강릉고등학교 자체가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나를 지리교사로 인도해주신 선생님의 퇴임자리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컸다. 은사님의 유지를 이어 더 좋은 교사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석사 학위를 가진 덕분에 가톨릭관동대학교에서 초빙교수 제안을 받았다. 23년도부터 요청해주셨던 것이었는데, 정선에 있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었었다.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씩씩하게 받아들였다. 잘 준비를 해보자.
이렇게 간단하게 회고해보니, 2014년부터 지금까지 벌써 11년이 지났다. 어느덧 12년차 교사가 된 것이다. 나름 '중견'이라고 부르는 경력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는 어른스러운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월은 늘 그렇듯, 마음 수양의 달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근무를 하게 된 나 자신을 응원하고, 앞으로 있을 행복한 순간들을 잘 기록하는 교사가 되어보자.